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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글지킴이' 3] '우수 교사 많아야 한글 뿌리내린다'

"회장직은 내려놨지만 현장에서 더 열심히 해야죠.” 재미한국학교동북부협의회 허낭자(65·사진) 전 회장은 회장직을 내려놓은 요즘 더 바쁘다. 현재 한국 정부가 마련한 제1회 세계 한국어 교육자대회에 초청받아 서울에 머물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140여개 회원 학교를 지원하느라 애쓴 허 전 회장은 여전히 한국어 뿌리 내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국어 세계화를 위해 교육기관 브랜드를 통일하고 교과과정을 새롭게 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허 전 회장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현실적인 정책과 지원이 이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허 전 회장은 “중국, 일본의 자국어 세계화에 대한 유·무형 지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교사들의 열정으로 운영되는 한국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 부족 못지 않게 자신을 포함한 학교 현장의 아쉬움도 표현했다. “한국학교들이 공통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은 장기적인 숙제죠. 학교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는 것도 반성할 문제입니다. 동북부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개별 학교를 방문해 일선 교사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게 끝내 아쉽네요.” 허 전 회장은 ‘교육은 교육자의 자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신념으로 교사 교육에 온 힘을 쏟았다. 매년 열리는 동북부협의회 교사 연수회를 알차게 운영했고 그 공로로 지난 4월 국무총리상도 수상했다. 그는 뉴저지 아콜라 한국문화학교로 돌아가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2월이면 아콜라 한국문화학교는 창립 15주년을 맞습니다. 큰 행사를 앞두고 학교 일에 매진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요. 12월 열리는 역사·문화 퀴즈대회도 꼼꼼하게 준비할 생각입니다." 허 전 회장은 1971년 이민왔다. 뉴욕한국학교에 세 자녀를 보내면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첫 사랑을 품었고 이후 교회에서 주일학교 한국어반을 운영하다 1995년부터 아콜라 한국문화학교를 이끌고 있다. 강이종행 기자 [email protected]

2009-10-08

[미국의 ‘한글 지킴이’ ②] 타민족 고교생 참가 백일장 개최

"간단한 단어 암기를 넘어 매끄러운 한글 작문이 가능한 날이 곧 오겠죠.” 10년째 영어권 한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백일장을 매년 개최하고 있는 미동부한국문인협회. 최영선(사진) 회장은 10년 전 첫 대회에서 보았던 맞춤법도 맞지 않는 한글이 이제는 제법 뜻이 통하는 문장으로 변해가는 모습에 주목하고 있다. 수준높은 한글 문학 작품은 아니지만 뿌듯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고. "예전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이어서 아예 채점 대상에서 제외했어요. 주제만 보고 평가했는데 이제는 제법 한글 문장을 쓰는 학생들이 있어요.” 최 회장은 뉴욕시 공립고에 개설된 한국어반에 공로를 돌렸다. 그는 “교사들이 단어와 문법을 떠나 한글로 문학적인 표현까지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9일 협회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한글 백일장에는 한글이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 학생들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베이사이드·프랜시스루이스·스타이브슨트고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타민족계 학생 20여명이 “한글로 작문을 하겠다”고 용기를 낸 것. 총 참가자는 237명에 달한다. 백일장은 9일 각 고교의 한국어반 수업시간에 맞춰 실시되며 주제는 현장에서 공개된다. 문인협회상인 대상 수상자는 상패와 상금 300달러를 받는다. 수상자는 10일 각 고교와 협회 홈페이지(www.newyorkmunhak.net)를 통해 발표되며 시상식은 고교별로 열린다. 최 회장에게 한글 백일장은 단순한 작문 대회를 넘어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다. 그는 “한국어반에서 공부한 타민족계 학생은 교사에게 한국식으로 머리 숙여 인사한다”면서 “가나다라를 시작으로 한국 문화를 흡수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영어권 한인 청소년을 위한 한글 문학교실을 여는 것이 꿈이다. 한글 수준을 높이는 것도 문제지만 한인 2세들이 보고 듣기만 할 뿐 한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그는 “미국사회에서 성장한 한인 2세가 한글로 제대로 작문할 수 있다면 그처럼 귀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08년부터 미동부한국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다. 조진화 기자

2009-10-07

[미국의 한글 지킴이 ①] 문자 없는 종족에 ‘가나다라’ 전파

훈민정음이 창제된 지 566년. 한글은 이제 한반도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언어가 돼 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미국에서도 공문서나 비즈니스, 일상생활에서도 한글문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글 ‘수출’ 에 앞장서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한글보급에 헌신한 이들도 있다. 미국땅에서 한글에 몸바친 한글지킴이들의 발자취를 찾아보았다. 뉴욕주 버팔로에 사는 김석연(81)세종학연구소장(음성학 박사). 글이 없는 미개한 종족들에게 한글을 그들의 문자로 쓰도록 연구개발하는 데 36년 외길을 걸어온 김 박사는 이렇게 일갈했다. “훈민정음을 모르는 한국인도 없고, 아는 한국인도 없습니다.” 평생 음성학을 연구한 그가 훈민정음의 철학을 재발견한 것은 뉴욕주립대 버팔로에서 음성학으로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1970년대. 그는 “X레이도 없던 반 세기 전에 발성 구조를 그대로 본떠 글자를 만들어낸 세종대왕의 위대함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충격은 세종학연구소에서 누리글연구·선교센터 설립으로 이어지고, 훈민정음을 알리는데 앞장서게 됐다. ‘ㅇ’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 진 것처럼 한글 제작 원리는 어느 종족의 말이라도 발성 구조만 알면, 그것을 그대로 시각화해 글자로 만드는 것이다. 한글의 모음과 자음을 기본으로 세계 언어의 모든 발음을 포괄할 수 있는 독자적인 표기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인 ‘누리글’을 창안한 지 15년. 2001년 유네스코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해 누리글을 세계 표준 공용 문자로 채택하자고 제안했고, 유네스코측에서는 케이스 스터디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2002년부터 네팔·몽고·필리핀·중국을 돌면서 말은 있지만 글이 없는 종족을 찾아 누리글을 가르쳤다. 사비를 털어 일년에 길게는 6개월, 짧게는 4개월씩 오지를 떠돌았다.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사라지는 소수 언어가 8000개에 달한다는 유네스코 자료를 볼 때마다 칠순이 넘은 자신을 다그쳤다. 김 박사는 3시간 안에 자신의 이름을 적기 시작하는 미종족 주민들을 수없이 만났다. 하지만 일일이 종족의 말소리를 녹음해 받아 적어 글자화 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김 박사의 다음 계획은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것. 그는 “말소리를 누리글 원리를 이용해 문자로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모든 세계인이 글을 가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팔순을 넘긴 김 박사는 요즘도 하루에 8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훈민정음을 연구한다. “세상을 뜨기 전까지 만민의 소리를 하나의 문자 체계로 만들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김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과 부교수직 맡던 중 뉴욕주립대 버팔로로 유학와 음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5~2003년까지 이 학교에서 한국학과 음성학을 가르쳤다. 조진화 기자 [email protected]

200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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